모빌리티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미래를 이야기 하는 중요 키워드이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빌리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대부분은 머뭇거린다. 상당히 넓은 범위에 속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모빌리티는 우리 삶 속에서 이동하는 모든 것을 뜻한다. 가장 많은 대중이 사용하고 있는 공공 운송 수단을 비롯해 자가용, 물류 수송과 관련된 생태계, 퍼스트 및 라스트마일의 최적화된 전동킥보드 등 거리와 위치, 크기를 구분하지 않고 전부 포함하는 관련 산업이 모빌리티와 연결돼 있다. 하늘길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을 하기도 하고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뒤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즉 모빌리티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이동 시간’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동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인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이를 모빌리티와 접목시켜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동 시간은 오래 전부터 인류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이자 혁신적인 해결책이었다. 같은 거리를 걸어 다녔을 때와 비교하면 마차의 등장으로 속도의 개념이 생겨나고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자동차, 기차의 등장은 삶의 질을 곱절로 높아졌다. 이후 하늘길이 정점에 달하며 우리는 지구를 한나절 만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이동 시간은 모빌리티 사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한계가 있다. 버스와 택시, 기차, 비행기 등 이미 체계화된 영역에서는 획기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율주행에 집중한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들어오려면 무언가 새로운 이동 방식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 사업자 간 영역 경쟁일 뿐이다. 고속철이 항공 수요를 일부 가져간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자율주행이 미래 모빌리티의 절대적인 존재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도로의 복잡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동 시간을 줄이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고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 소재는 물론 정부의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을 꿈꾸는 기업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열차 및 항공과 다른 점은 도어-투-도어가 가능하다는 점이며 반대로 복잡한 육상 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시간’ 개념이 개별 이동 서비스 이용자의 비용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 항목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간을 로봇으로 대신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에 따른 수익일 뿐 실질적인 운행 수익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시간 비용을 어떻게든 넣어야 하는데 이때 주목하는 것이 바로 ‘지능’이다. 지능 수준에 따라 동일한 차종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어서다. 지능이 외부와 활발히 연결되고 데이터 축적이 많을수록 예측력이 높아져 경로 선택이 달라질 수 있고 이때 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높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즉 미래 모빌리티 흐름을 찾는 과정에서 시작해 자율주행이라는 대 전환점에 도착했고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건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싸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구글과 현대차가 경쟁하고 벤츠와 엔비디아가 힘을 겨루는 산업군의 초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뒷받침 된 결과다.

이처럼 모빌리티는 영역 구분 없이 지금도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인간의 이동권이라는 단순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냈고 미래에는 더 기발하고 새로운 차원의 개념이 등장할 것이다. 자율주행이 답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수단이며 기술 개발 진척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운전해주는 차를 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새로운 규모의 경제 시장으로 키우기 위한 기업과 산업의 패권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성환 <오토타임즈> 기자
“세상의 모든 탈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자동차 저널리스트”

  • 전 탑기어코리아 에디터
  • 전 에보코리아 에디터
  • 현 오토타임즈 취재 팀장
  • 현 KBS, MBC, TBN 등 라디오 고정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