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테크사 차봇인슈어런스
모빌리티 보험 중심 사업 꾸려
모회사 플랫폼과 사업 시너지
“GA 넘어 프론트 보험사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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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심사·무진단’을 강조했는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이 용어가 어려운 거예요. 쉽게 풀어서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굴렸죠. 심사도 안 하고 진단도 안 하니까 안 묻고 안 따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탄생한 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광고입니다.”

김성범(53) 차봇인슈어런스 공동대표이사는 “어렵고 답답한 것은 딱 질색이다”라며 유명 보험광고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의 탄생 비화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2년부터 라이나생명, AXA 보험그룹 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에서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도맡은 ‘정통 보험맨’이다. 그는 2006년 국내 최초 무심사·무진단 보험인 라이나생명의 ‘OK실버보험’ 개발 및 마케팅 실무를 맡으면서 보험업계 내 유명 인사가 됐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로 유명한 광고 문구도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배우 이순재가 걸걸한 목소리로 광고 문구를 읊는 해당 TV 광고는 공개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국내 최초 치아보험을 개발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내던 김 대표는 올해 1월, 핀테크업계로 무대를 옮겨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차봇모빌리티의 보험·금융 부문 자회사인 차봇인슈어런스 공동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다.

2019년 자동차보험 전문 법인모집대리점(GA)으로 설립된 차봇인슈어런스는 현재 종합 인슈어테크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거듭나는 중이다. 자동차 판매 영업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인 차봇프라임과 자동차 구매 비교 앱 차봇 등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차봇인슈어런스의 자동차보험료 취급액은 전년 대비 20% 정도 높아졌을 만큼 회사는 출범 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50대에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김 대표는 요새 ‘젊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대형 보험사 다닐 때만 하더라도 옷장에 정장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캐주얼한 옷을 입으려고 옷 가게를 자주 기웃거린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카카오나 배달의 민족 등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식견을 배우기 위해 영상과 글도 많이 찾아보며 스타트업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성동구 차봇인슈어런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국내외 대형 보험사에서 굵직한 업무를 맡다가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핀테크업계에 투신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업 실행 관련 성장 잠재력을 보고 이직을 결심했다. 사실 보험업은 금융에서도 보수적이고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위해서는 실행을 통한 성공과 실패가 필요하다. 보험업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험사들이 혁신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실행하기엔 수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차봇인슈어런스의 문화는 빠르고 즉각적인 실행이라는 사내 문화가 기본값으로 장착돼 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우리 회사가 사업을 빠르게 실행하며 보험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사내 문화가 역동적이라는 설명인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기성 보험사는 회의를 마치면 회의록을 정리하고 그 회의록을 바탕으로 사업을 실행하기까지 여러 제약이 있다. 반면 차봇인슈어런스는 회의 진행 동안 공용 업무 소프트웨어인 노션에 실시간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개인 업무로 사업을 실행한다. 사업의 중간 단계를 점검하는 다음 회의 전까지 직원들은 노션에 자신의 업무 진척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그렇기에 두 번째 회의 때는 이미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이런 빠른 실행력이 기성 보험사와 다른 점이다.”

―초창기 라이나생명에서 겪었던 조직의 성장 경험이 차봇인슈어런스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02년에 라이나생명에서 첫 보험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라이나생명 국내 조직은 업무 분장이 세밀하게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조직이 작았다. 인력 규모도 100명 수준이었다. 초기 스타트업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차봇인슈어런스도 90여명 규모의 작은 회사다. 그러나 점차 몸집을 불리고 업무를 세분화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외형만 비대한 조직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차봇인슈어런스만의 조직과 역할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라이나생명에서 성장을 함께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차봇인슈어런스의 성장도 끌어낼 것이다.”

―차봇인슈어런스의 주요 사업모델에 대해 설명한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운전자를 위한 보험 설루션 제공을 지향한다. 차봇모빌리티의 자동차 구매· 관리 통합 앱 차봇으로 유입된 고객에게 맞는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을 안내한다. 다만 운전자를 위한 보험은 꼭 운전자보험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이동 수단 보험부터 건강을 위한 보험까지 상품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모회사인 차봇모빌리티에서 운영하는 앱에서 맞춤형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회사와 어떤 방식으로 사업 시너지를 내고 있는가.

“차봇 플랫폼에서 고객의 신용에 기반한 최저 금리의 카드사나 캐피탈사를 고객과 연결한다. 또한 앱에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도 비교할 수 있다. 차봇인슈어런스는 고객의 수요에 맞춰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운전자보험 등도 안내하고 있다.”

―차봇인슈어런스는 보험계약체결률이 60%가량이다. 다른 GA사나 대형 보험사 다이렉트 채널의 체결률(40%대)보다 높다.

“자동차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지만 소비자들은 보험 정보나 보장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차봇은 전문 상담원이 소비자 편익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차봇인슈어런스는 자동차보험이 필요한 ZMOT(Zero Moment of Truth·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의사결정 하는 순간) 시점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보험을 설계하고 있다. 차봇 앱에서 차량을 구매하는 시점부터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을 결정해야 하는 그 순간부터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상품을 제공하기에 보험계약체결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차봇인슈어런스의 장기적인 사업 목표를 설명해달라.

“GA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프런트 보험사를 지향한다. 제판분리(보험 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올바르게 구현되려면 단순히 GA 조직만 떼는 게 아닌 프런트 보험사와 백엔드 보험사로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런트 보험사는 영업·마케팅·상품 기획을, 백엔드 보험사는 상품 개발·보험계리 등을 전문으로 한다. 지금은 차봇인슈어런스가 GA 중심의 수수료 수익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고객을 중심에 두고 고객 관리·상품 기획 등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프런트 보험사로 거듭날 것이다.”

―국내 대형 보험사들도 제판분리로 GA 조직을 떼어내고 있다. 그런 대형 보험사 자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차봇인슈어런스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나.

“몸집이 크면 움직임이 둔해진다. 대형사는 보험영업 외에 다른 사업을 손대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차봇인슈어런스는 모빌리티 상품에 집중한다는 특색을 살리면서 고객 관리와 보험상품 디자인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대형 보험사들의 자회사가 영업에만 치중한다면 차봇은 종합 고객 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한다.”

☞김성범 차봇인슈어런스 공동대표는

▲중앙대 심리학 학사 ▲중앙대 산업심리학 석사 ▲라이나생명 상품개발 및 다이렉트 마케팅 부장 ▲시그나 보험그룹 본사 아태지역 마케팅 이사 ▲AXA보험그룹 장기보험 사업본부 상무 ▲애트나보험그룹 한국지사 헬스케어 사업 및 전략개발 상무 ▲KB손해보험 다이렉트본부 상무